앵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른바 ‘안미경중’ 기조를 우호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 세종연구소의 조비연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동맹 우선주의(alliance-first)를 통한 실용과 자강’ 보고서.
조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이재명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이 평화와 대화를 중심으로 한 대북 접근, 미중 간 경쟁에서 전략적 공간 마련, 미국의 분담 요청을 기회로 한 한국의 전방위적 억제능력 확보 등 3가지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조 연구위원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의 ‘안미경중’ 접근 등 소위 실용 균형적 접근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앞서 이 대통령 당선 때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대중국 견제 메시지를 전한 점,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 소위 ‘안미경중’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밝힌 점에 주목했습니다.
미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동맹은 철통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을 우려한다”는 이례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현지시간 5월 31일 아시아 안보회의 연설에서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미국과의 국방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안다”면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긴장 국면에서 우리의 국방 결정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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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연구위원은 동맹에 대한 ‘균형’을 통해 한국의 전방위적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위해 전작권 전환, 북한 위협에 대한 한국 주도의 방위태세를 구축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이같은 조치들이 한미동맹의 ‘이완’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오히려 대북 억제력 측면에서 상당한 취약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의 전환기가 동맹관계의 ‘이완’으로 인한 대북 억제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현재 한국 정부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이완된 동맹은 한국 안보환경에서는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동맹을 통한 실용과 자강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주한미군의 전면적 축소 등 급진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강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조 연구위원은 “한국이 한반도 중심의 역할에 최우선 순위를 두면서도 미국의 역외 구상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동조가 요구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안미경중,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
이재명 한국 정부가 ‘안미경중’ 기조를 추구할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지난달 27일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국의 선택 : 안미경중, 왜 성립되지 않는가’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명확하게 경제와 안보를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안미경중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미란 보고서의 핵심은 중국을 특정하여 동맹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분담을 증대하지 않는다면 높은 관세와 미국의 방위 공약 축소 또는 철회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안미경중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고 생각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때부터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역할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020년 자신의 책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에서 “미국이 3시 방향을 기대하고 중국이 9시 방향을 주문할 때, 한국은 기본적으로 1시 반 방향의 대처를 하는 나라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좋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