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평양 인민반장들, ‘꽃제비’ 비호·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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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평양시내 일부 인민반장들이 지방에서 온 꽃제비들을 상부에서 부과되는 사회적 과제 수행과 인민반 관리를 위한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전역에는 일정한 수(10~30가구 정도)의 세대를 묶어 조직한 주민 사회생활의 기층 행정단위인 인민반이 있습니다. 동(읍)사무소의 지시를 받는 인민반은 평소 당국에 의해 추천된 인민반장이 관리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평양시내 일부 지역에서 인민반에 부과되는 각종 노력 동원과 사회적 과제 수행, 인민반 관리에 꽃제비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4월말 공적 용무로 평양에 출장을 가 6일간 서성구역 장경 1동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렀다”며 “친척이 사는 아파트에 12~15살 정도로 보이는 꽃제비 3명이 자주 드나드는 것을 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친척으로부터 지방에서 온 꽃제비 아이들인데 아파트 지하실에서 사는 대신 인민반에 부과되는 각종 사회적 과제와 작업을 맡아 해준다며 인민반장이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방 꽃제비 아이들이 몰래 평양에 들어와 지내는 것은 불법입니다. 평양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꽃제비를 발견하면 안전부나 동사무소에 통보해 잡아가게 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꽃제비 아이들을 아파트 지하에서 지내게 해주는 대신 수시로 부과되는 사회적 과제와 평소 인민반이 해야 할 잡다한 일을 시킨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친척의 말에 의하면 인민반장의 호소로 반원들이 입지 않는 옷, 남은 음식 같은 것을 아이들에게 주며 힘든 일을 했을 경우 인민반 각 세대에서 모은 돈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인민반장이 꽃제비 아이들과 몇가지 언약을 맺었다는 말도 들었다”며 그 내용은 아파트와 주변에서 절대 도둑질 하지 말 것, 다른 꽃제비 아이들을 데려오지 말 것, 낮에는 될수록 아파트에 드나들지 말 것, 말썽을 일으키지 말 것 등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각 인민반이 한곳에 모여서 하는 동원의 경우 조심해야 하지만 각 인민반별로 과제를 맡아하는 동원에는 꽃제비를 데리고 가 작업을 시키는 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졌습니다. 새벽동원에 부모대신 아이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이 챙겨준 옷을 입고 내보내면 된다는 겁니다.

인민반장들로서도 발각된다 해도 꽃제비 아이들은 고향으로 보질 것이고 반장은 추궁 정도 받는 선에서 무마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전화로 연결된 평양시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일 “꽃제비 아이들에게 돈이나 먹을 것을 주고 대신 인민반에서 제기되는 각종 일을 시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용성구역에 사는 형네 아파트 지하에 14살 정도 된 꽃제비 2명이 살고 있다”며 “이들이 인민반 주민들이 하기 싫어하는 오물장 청소와 쓰레기 상하차, 겨울 도로 눈치기를 비롯한 힘든 일이나 어지러운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인민반에 부과된 일을 꽃제비 아이들이 대신 해주는데 대해 싫어하는 반원이 없다”며 “인민반에 간부 집이 몇 집 있지만 이들은 지하실에 꽃제비들이 사는 걸 모른 척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이나 쓰레기 장에서 지내는 꽃제비에 비해 아파트 지하에서 지내는 꽃제비의 상황은 좋은 편입니다. 겨울에 춥지 않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낡은 옷이나 이불 같은 것을 주고 먹을 것도 주기 때문입니다. 또 이들을 신고하고 쫓아야 할 인민반장이 감싸는 상황은 붙잡혀 갈 우려도 크게 덜어주는 셈입니다.

그는 “인민반 주민들을 동원하는 새벽 동원 등 각종 노력 동원이 정말 많이 제기 된다”며 “이런 사회적 동원과 작업에 인민반원들을 동원시키는게 하도 어렵다 보니 인민반장들이 궁여지책으로 이런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웃지 못할 이런 현상은 쩍하면 주민을 동원해 대가 지불 없이 공짜로 일을 시키는 당국의 대중동원 행태의 폐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