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간부들과 부유층들은 값비싼 인삼 비누와 우유 비누만 찾고 있지만 도시와 농촌의 가난한 주민들은 이른바 ‘메주 비누’도 귀하게 아껴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지난달 27일 “가난한 사람들은 ‘메주 비누’ 한 장도 아껴서 쓰는데 혜산시의 돈주들은 세숫비누도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인삼 비누와 우유 비누만 사용한다”고 전했습니다.
“백화점에서 인삼 비누와 우유 비누는 한 장에 중국 인민폐 6위안(1.12달러)”이라며 “장마당에서 ‘메주 비누’는 1장에 0.5위안(0.07달러)”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메주 비누’는 가마에 푹 삶은 메주콩을 잘 짓이긴 다음 양잿물을 섞어서 덩어리로 만든 것”이라며 “겉으로 보면 된장을 담그는 메주덩어리처럼 생겨 ‘메주 비누’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메주 비누’는 빨리 닳지 않는데다 때도 잘 져 도시 서민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며 “농촌사람들은 자체로 ‘메주 비누’를 만들어 쓴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도시의 중산층들도 돈을 아끼기 위해 ‘메주 비누’를 많이 찾는다”며 “‘메주 비누’는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0년대 중반에 잠깐 유행하다가 사라졌는데 올해 물가가 크게 오르자 다시 등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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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지난달 29일 “‘메주 비누’는 우리나라 서민과 빈민들의 생활수준을 가장 생동하게 보여주는 소비품”이라며 “이들은 빨래도, 세수도 ‘메주 비누’로 해결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코로나 이전까지 주민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부자와 중산층, 서민이었는데 지금은 부자와 중산층, 서민과 빈민층으로 구분하고 있다”며 “중산층은 이밥 생활을 유지하는 계층이고, 서민은 잡곡을 먹어도 끼니를 건너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새로 생긴 빈민층의 개념은 하루에 한두 번씩 끼니를 건너는 가정들을 뜻한다”며 “이렇다 할 장사 거리를 찾지 못한 도시의 가난한 가정들, 농사 지을 사람이 없는 농촌의 가난한 가정들이 빈민층에 속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메주 비누’ 살 돈 없는 빈민들 많아
소식통은 “지난해 근로자들의 월급이 기존의 2,500원(0.27달러)에서 3만원(3.3달러)으로 오른 뒤 물가가 크게 오르고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며 “역전이나 장마당 주변에 크게 늘어난 꽃제비들이 빈부 격차의 심각성을 잘 대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부자들은 인민군대 지원물자나 국가건설 지원물자로 돈 자랑을 하는데 도시와 농촌의 빈민들은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메주 비누’조차 사서 쓸 정도가 못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이 나라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